[기자의 눈]김기만/두번 패배한 美공화당

  • 입력 1998년 11월 5일 19시 17분


“공화당은 선거에서 완패했고 도덕적으로는 더 치명적으로 졌다.”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언론 일각의 이같은 평가가 있어 주목된다.

사연은 이렇다.

미국 하원은 올 8월7일 ‘선거자금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돈 적게 드는 선거를 위해 정치헌금을 대폭 규제하자는 법안이었다. 정당에 대한 기부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소프트머니 제도’를 폐지하고 선거일 60일전부터는 정치홍보광고를 엄격히 규제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민주당이 발의한 이 개혁법안은 공화당이 22석이나 많은 여소야대의 하원에서 거뜬히 통과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 자금면에서 우위를 보여온 공화당의원들이 크게 불리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상당수 공화당의원들이 소신껏 법안을 지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달말 보다 보수적인 상원에서 부결됐다. 공화55 민주45석으로 역시 여소야대인 상원에서 공화당의원들은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졌다.

미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기업과 중산층의 지지를 받아 선거자금모금에서 유리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2억8천만달러를 모금해 1억8천만달러에 그친 민주당을 압도했다.

공화당은 선거운동기간 막바지 이 돈을 풀어 빌 클린턴대통령의 성추문사건을 공격하는 대대적인 TV광고를 내는 등 미디어홍보전을 펴고도 졌다.선거자금이 대부분 기업에서 나오는 것은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 그러다 보니 “기업 돈줄에 선거가 휘둘린다”는 비난도 나온다. 그런데도 공화당은 눈앞의 이익 때문에 제도개혁에서 눈을 돌렸다.

선거에서 지고 도덕적으로도 ‘부끄러운 속내’를 다 내보인 미 공화당. 기득권을 철밥통처럼 지키려 하는 정치인의 속성에는 동서양의 차이가 별로 없음을 보여준다.

김기만<국제부차장>key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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