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원노조 법제화 파장

  • 입력 1998년 11월 4일 19시 00분


노사정위원회가 최근 교원노조 법제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한 이후 교단 주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기존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즉각 반발해 입법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교원단체의 두 축을 이뤄온 한국교총과 전교조의 갈등과 대립은 이번 조치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다. 여기에 노동단체인 한국노총까지 나서서 전교조와는 별도로 제2의 교원노조를 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원노조 법제화를 둘러싼 세력다툼이 본격화하면서 혼미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교원노조문제가 얽힌 실타래처럼 꼬이게 된 것은 노사정위 합의안이 원초적으로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는 탓이 크다. 노동관계 특별법을 만들어 교원노조를 법제화하되 ‘교원의 사회 경제적 지위향상에 관한 사항은 교원노조가, 교원정책에 관한 사안은 한국교총이 맡는다’는 것이 이 합의안의 핵심이다. 두 교원단체의 성격을 규정하면서 전교조는 노조로 인정해 임금 근로조건 등 교원의 권익과 직결된 사항을 교섭할 수 있게 하고, 교총은 전문직단체로 남아 교육과정 학생지도 등 교원정책만 다루도록 이원화한 것이다. 전문직단체는 위상과 영향력 면에서 노조와 현격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교원단체를 대표하며 교육부와 각종 교섭과 협의를 맡아온 교총 입장에서는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불공정 법안’인 셈이다.

교원노조 법제화는 지난 2월 ‘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기는 하지만 기본 원칙은 복수 교원단체를 인정하는 세계적 흐름과 보조를 같이하자는 것이다. 이 점에서 교원단체들 사이에 힘의 균형을 맞춰주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또 합의안 대로라면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노조쪽은 노동관련 법을, 교총 쪽은 교육관련법을 각기 다르게 적용받는 모순을 지니게 된다. 법리상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문제는 더 있다.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은 논란 끝에 금지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하지만 전교조는 정치활동이 허용되는 민주노총 산하단체로 가입돼 있는 상태다. 이 경우 과연 정치적 중립이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아울러 교원노조에는 일부 제약이 있긴 하지만 노조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반면 사용자 특히 사립학교측에는 상응한 권리를 주지 않은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이런 쟁점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교단이 급속한 혼란과 분열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교사들 사이에 이전투구가 벌어지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합의안은 곧 국회로 넘어가 입법절차를 거치게 된다. 충분한 여론수렴과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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