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윤옥/평범한 엄마 자랑스레 묘사 감격

  • 입력 1998년 11월 2일 19시 27분


며칠전 출근을 서두르는 내게 딸아이가 뭔가를 내밀었다.“뭐야!” 나는 약간 퉁명스럽게 물었다. “이거….” “이따 집에 와서 읽을게.”

학교에서 종종 보내오는 가정통신문을 꼭 출근길에 꺼내 보이는 딸아이인지라 그렇게 대꾸하고는 뛰쳐 나갔다. 하지만 딸아이는 기어코 종이뭉치를 건넸다.

퇴근후. “엄마, 읽어 보셨어요?” 그때서야 나는 아침의 종이뭉치를 생각해 냈다.

‘우리 엄마는 참 자랑할게 많아요. 계란 프라이도 고소하게 하고요. 라면을 끓여도 불지 않고요. 또….’

‘우리 엄마 이야기’란 제목의 B4용지 10장에 달하는 글짓기였다. 처음엔 세상 엄마라면 누구나 하는 그런걸 갖고 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뒷장으로 갈수록 비교적 정확히 엄마를 보고 있다는데 놀랐다. 말하자면 열한살 딸아이의 눈에 비친 엄마의 자화상 같은 거였다. 어린애가 뭘 알겠느냐 싶어 아무렇게나 해오던 엄마였는데…. 그날밤 딸아이에게 답장을 썼다. “나도 네가 참 자랑스러워…”라고.

이윤옥(경기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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