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음주운전 뿌리뽑자…싱가포르 성공사례

입력 1998-11-01 19:59수정 2009-09-2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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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클라크퀘이’.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정도라고나 할까. 시원한 강바람을 벗삼아 연인끼리, 혹은 친구들과 한잔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다.

지난달 30일 밤 응슈추(黃秀珠·대학생)일행 5명도 이곳에서 맥주잔을 기울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응슈추는 맥주가 아니라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술을 꽤 마신 듯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었지만 응슈추는 말짱했다.

응슈추는 술을 마실 줄 모르는 걸까.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술을 잘 마시지만 이날만은 입에 대지 않았다.

“오늘은 제가 당번이거든요. 제 차로 친구들을 집에까지 데려다 주는 날입니다.”

응슈추의 설명이다. 그는 “술을 입에 대면 친구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일행은 술집 주인에게 택시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각자 타고온 차들은 그대로 주차장에 두고 헤어졌다. 자동차 열쇠를 아예 술집주인에게 맡기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싱가포르에서는 음주운전이 그다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 사이에 ‘음주운전은 절대로 안된다’는 의식이 자리잡았다는게 교통경찰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한햇동안 발생한 음주운전관련 교통사고는 고작 29건. 이 중 사망으로 이어진 사고는 3건, 심각한 부상이 1건이었고 나머지 25건은 경상이었다.

싱가포르의 경우도 몇년전 까지는 음주운전이 심각한 문제였으나 95년 92건, 96년 57건 등으로 최근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싱가포르 교통경찰국 관계자는 “3년전 까지는 국민들을 상대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캠페인을 벌였으나 최근에는 주로 레스토랑 호프집 바 디스코테크 등 술집과 술집주인들을 대상으로 음주운전을 막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95년 이후 음주운전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데는 술집주인들에 대한 집중적인 캠페인과 이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도 계속되고 있다. 모든 술집에 ‘책임있는 운전자가 되려면 음주운전을 하지 마세요’ ‘음주운전은 무고한 생명을 해칩니다’라는 표어를 붙여 놓았고 맥주잔 받침에도 ‘술을 드실때는 4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단어 TAXI(택시)를 생각하세요’라는 문구를 새겨놓았을 정도다.

인상적인 것은 이 모든 캠페인이 정부가 아니라 음주운전의 폐해를 깊이 인식한 시민 사회단체나 기업의 주도로 이루어지고있다는점이다.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은택시를보유하고있는 택시회사 ‘컴포트’와싱가포르굴지의맥주회사인 ‘타이거’맥주 등이 대표적인 협찬기업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심창섭(沈昌燮)관장은 “싱가포르 국민은 서두는 법이 없고 정해진 규율이나 법은 철저하게 지킨다”며 “싱가포르는 이미 음주운전의 공포에서 벗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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