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할 수 없나요?]여자화장실 數 늘리기

  • 입력 1998년 10월 28일 19시 31분


왜 여자 화장실만 붐빌까.

극장이나 공원,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남자 화장실에 비해 여자화장실이 훨씬 더 붐빕니다. 그래서 늘 아빠와 아이들은 엄마를 기다려야 하지요. 물론 여자가 남자보다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더 길고 또 화장실 시설이 다르다는 특수한 이유도 있지만 그 수가 남자화장실보다 적은 것이 더 큰 이유라고 봅니다. 인구 비례로 보아도 여자가 51%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 수도 크게 늘었지요.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여자 화장실 수가 더 많아야 한다고 보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최소한 같아야 하지 않을까요.

오혜란(吳惠蘭·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여자친구와 함께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서울극장을 자주 찾는 회사원 문태영씨(27·서울 양천구 신정동).

문씨는 여자친구가 화장실에 간 사이 상영관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선다. 그러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줄이 짧아져 문씨 차례가 오도록 여자친구는 나타나지 않기 일쑤다.

“다시 줄 끝으로 가서 기다리기를 두세번 반복한 뒤에야 친구가 옵니다. 여자들은 화장실에서 왜 그리 많은 시간을 보내죠?”

고속도로 휴게소나 놀이공원 등 다중(多衆)이용시설의 여자화장실 밖에서는 지루해 하는 표정의 남자를 쉽게 볼 수 있다. 늦게 나오는 여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왜 여자화장실만 붐빌까. 원인은 남녀간의 신체구조, 화장실 구조의 차이다. 남녀 화장실의 면적이 같다고 해도 변기 수는 남자가 두배 가량 많다. 그러나 이용시간은 여자가 두배 이상 길다. 이렇게만 따져도 용변처리 능력은 남자 화장실이 여자의 4배나 된다. 그런 마당에 여자 화장실은 수적으로도 열세. 그러니 여자화장실이 늘 붐빌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의 주요 다중이용시설 화장실을 점검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잠실 주경기장 등 5개 체육시설의 남녀 변기수 비율은 2.9대 1. 지하철 역사도 2.6대 1이었다. 건설중인 6∼8호선 65개 역사는 비율을 조정해 1.2대 1로 낮췄다. 서울극장 1층 화장실은 1.4대 1.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도 1.4대 1이다. 가족 나들이객이 많은 서울 중구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도 1.3대 1로 불균형을 보였다.

서울시 장우규(張右圭)오폐수관리팀장은 “법률상 공중화장실의 남녀 변기 비율은 1대1로 명시돼 있지만 다중이용시설에는 규정이 없어 여성용 변기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영·이완배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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