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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0월 21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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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행은 정우택(鄭宇澤·자민련)의원에게 지방의 지점장 관사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자료를 보면 지점장 사택의 규모가 단독주택의 경우 보통 4백평 가까이 된다. 큰 것은 4백50평이 넘는 것도 있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호화별장이다. 아파트의 경우도 평균 50평이 넘는다.
관사는 이렇게 넓지만 실제로 가족과 함께 사는 지점장은 거의 없다.
대부분 혼자 내려가 사용하고 있다. 그 큰 공간이 체면치레용으로 마련됐던 셈이다.
한국은행은 4월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서야 “지역본부장이 있는 부산 등 5개 지역은 전용면적 35평이하로 줄이고 나머지는 국민주택 규모(25.7평)이하로 줄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줄이지 못했다. IMF 경제난으로 싼 값에 내놔도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우리 경제가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돌아가던 5,6공시절에 마련한 관사들이다. 내놓아도 쉽게 팔리지 않은 이 대궐같은 집들은 이제 세계의 눈에 초라하게 보이는 한국금융의 ‘꼴불견’ 자화상처럼 남아 있는 꼴이다. 굳이 한은 지방관사만이 아닐 것이다. 과거의 거품이 오늘의 고통과 부끄러움으로 남아있는 사례들은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거안사위(居安思危)란 말이 있다. 모든 것이 잘나가고 태평스러울 때 위급한 상황에 대해 고려하고 대비해 두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정부와 공기업이 IMF충격이후 비로소 ‘군살빼기’라며 허둥대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거안사위’하지 못한 죄업을 치르는 셈일까.
하종대<사회부>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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