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PO시즌 선발예고제 팬위주 결정해야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8시 52분


LG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19일 잠실구장. 모처럼 기자실에 들른 현대 김재박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선발투수 예고를 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종일관 묵묵부답이었다.

다음날인 20일. ‘걸면 걸려야 할’ 김감독의 휴대전화는 하루종일 잠을 자고 있었다. 현대 구단에선 코칭스태프가 결정할 문제라는 판에 박힌 답변뿐.

반면 LG 천보성감독은 19일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직후 인터뷰에서 “현대와는 상관없이단독으로라도선발예고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포스트시즌들어 선발 예고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하자고 하는 LG나 여론을 예의 주시하며 뜸을 들이고 있는 현대나 모두 이를 승리를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최강의 왼손 타선을 확보하고 있지만 김용수 최향남 손혁 등 오른손 선발투수 일색인 LG는 손해볼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대는 LG의 왼손 라인업에 맞서 경우에 따라선 조규제 김홍집 등 왼손투수를 선발로 낼 수도 있는 상황. 선발 예고를 할 경우 LG를 도와줄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누구보다 눈치빠른 두 감독이 모를 리 만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서정환감독을 결국 굴복시키고야 말았던 여론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천감독으로선 한국시리즈가 열리기도 전부터 현대에 선제 포문을 연 셈이다.

이제 공은 김감독에게로 넘어갔다. 대사를 눈앞에 둔 감독 입장에서야 만감이 교차하겠지만 무엇보다 팬을 위한 야구가 우선이라는 대전제하에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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