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이스라엘 「초등생 안전교육」 정규교과로

  • 입력 1998년 10월 18일 18시 01분


전세계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모여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

목사인 남편을 따라 10년전부터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신경자씨(45)는 역동적인 이 나라에 상당히 매력을 느끼면서도 교통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내젓는다.

도로가 아예 주차장으로 변하는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 매일 저녁 집앞 주차공간을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주차난,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다짜고짜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는 운전문화….

얼마전 신씨가 겪은 일. 시내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천천히 차를 빼고 있는데 누군가 이를 보지 못하고 달려와 ‘쿵’하고 들이받았다. 누가 봐도 뒷차의 과실이었다. 그러나 상대방이 “내 잘못이 아니다”며 우기는 바람에 30여분간 입씨름이 벌어졌다. 참다못해 신씨가 “경찰서로 가서 해결하자”고 벌컥 화를 내자 그제서야 보상을 약속하고 물러섰다.

“무엇보다 도로가 좁은게 문제예요. 대부분 왕복 2차선인데다 정부의 문화재 보호정책으로 도로확장은 엄두도 못내고 있거든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차량은 해마다 엄청나게 늘고 있는데…. 지형적 특성때문에 지하철을 놓기도 어렵다는 얘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끔 엉뚱한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스라엘 최대의 상업도시인 텔아비브의 중심가 로스차일드는 술집 옷가게 등이 밀집한 우리나라의 서울 종로같은 거리. 지난달 15일 밤11시 이곳으로 통하는 샛길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외국 관광객을 태우고 저녁 투어를 마친 뒤 호텔로 돌아가던 대형버스가 길 양쪽에 불법주차한 자동차 사이를 곡예하듯 빠져나가다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서 버린것.

버스운전사는 길 양쪽에 세워놓은 승용차 두대의 백미러를 박살내고는 더 이상 전진을 포기했다. 관광객들은 걸어서 호텔로 갔고….

이스라엘 정부는 갈수록 교통사고가 늘자 96년 ‘교통사고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각종 범칙금을 대폭 올리는 한편 운전면허시험도 종전보다 훨씬 엄격하게 관리하고 나섰다. 필기시험문제를 어렵게 출제하고 실기시험때 동승하는 시험관도 1명에서 2명으로 늘린 것.

5년전 이스라엘로 유학온 윤주영씨(31)는 1년동안 무려 11번이나 떨어진 끝에 최근 겨우 면허를 땄다. 30문제 중 5개이상 틀리면 낙방하는 필기시험에서 세번, 실기시험에서는 여덟번이나 낙방했던 것.“운전학원에서 30시간이상 수업을 받으면 시험을 볼 수 있는데 조수석과 뒷좌석에 탄 시험관 두사람이 시동걸기에서 주차에 이르기까지 면밀하게 관찰합니다. 각종 장애물이 있는 복잡한 도로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조금만 실수를 해도 낙방입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와함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정규 수업시간에 월2회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며 이와는 별도로 지역 경찰관이 각 학교를 돌며 안전교육을 한다.

〈예루살렘·텔아비브(이스라엘)〓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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