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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0월 15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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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이야기같지만 24일 개봉할 ‘네고시에이터’는 실제로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경찰내부의 음모에 휘말려 누명을 쓴 인질 협상가가 진짜 범인들을 찾기 위해 스스로 인질극을 벌인다는 절박한 ‘실화’가 2시간19분의 흥미진진한 ‘허구’로 옮겨졌다.
어찌보면 ‘네고시에이터’는 경찰이 등장하는 스릴러 영화의 공식에 충실한 영화다.
나중에 인질극을 벌일 경찰 대니(사무엘 잭슨 분)가 얼마나 유능한 협상가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첫 장면. 곧이어 축하파티가 열리고, 늘 그렇듯 그를 축하하지 않는 한 사람이 나타난다. 장애인 복지기금 횡령과 동료 경찰 살해 혐의를 뒤집어쓴 대니는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인질극을 벌이며 다른 지역의 인질 협상가인 크리스(케빈 스페이시)를 불러 달라고 요구한다. “친구가 배신했을 때, 믿을 사람은 낯선 사람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크리스가 나타날 때까지 거의 1시간동안은 너무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두 협상 달인의 대결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생동감있게 살아난다.
다소 상투적인 줄거리,모호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활력있게 만드는 것은 사무엘 잭슨과 케빈 스페이시의 뛰어난 연기다. 두 배우는 마주 서서 이야기하는 클로즈업 장면에서조차 단순한 대화 이상의 팽팽한 긴장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유주얼 서스펙트’로 아카데미 최우수 조연상을 수상한 케빈 스페이시는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같은 인물의 성격을 너무나 그럴 듯하게 창조해냈다.
감독은 28살 먹은 F.게리 그레이. 그는 네 명의 흑인소녀가 은행털이를 하게 되면서 서서히 변화해가는 감동적인 액션영화 ‘셋 잇 오프’에 이어 ‘네고시에이터’로 할리우드에서 무수히 양산되는 액션영화를 만들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잃지않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