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안향규/가족에게 고마운 마음 자주전해야지

  • 입력 1998년 10월 13일 19시 23분


얼마전 서울 서초구청 주최로 문화예술공원에서 사랑의 편지쓰기 대회가 열렸다.

초등학교 1학년과 일곱 살인 두 아이와 아이의 친구 한 명, 그리고 마침 집을 방문한 동생과 함께 돗자리와 음료수를 챙겨 공원으로 향했다. 학생과 일반인 등 7백여명이 자리를 펴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제각각 편지쓰는 모습은 흐뭇한 광경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는 친구에게 쓰겠다고 했다. 나는 어쩔까 하다 딸아이에게 쓰기로 했다. 가끔은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이제는 제법 자랐는지 엄마를 위로할 줄도 알고 동생도 잘 보살피는 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했다. 늘 가까이 있고 가슴에 품고 있는 아이지만 편지를 쓰면서 아이의 동작 하나하나, 고집스러운 모습까지도 예쁘게 느껴졌다. 엄마가 쓴 편지가 집으로 배달돼 온다면 아마 깜짝 놀라겠지.

“엄마는 누구? 아빠한테 쓰셨어요?” 딸아이가 물었다. 아참. 요즘 들어 더 고생하는 남편을 깜빡했구나. 어떡하지. 그래 집에 가서 쓰자. 그리고 예쁜 편지봉투에 넣어 사무실로 부쳐야겠다. 결혼이후 아내의 편지를 받아보지 못한 남편의 모습을 떠올린다. 꼭 무슨 대회가 있어야 편지를 쓰는 것은 아닐텐데….

안향규(서울 서초구 우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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