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NYT]스페인정부와 바스크의 평화

  • 입력 1998년 10월 13일 19시 12분


지난주 있었던 게리 애덤스 북아일랜드 신페인당 당수의 스페인 바스크지방 방문은 평화도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방문은 바스크 지역의 독립운동을 벌여온 무장단체인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가 사상 처음으로 무조건적인 무기한의 휴전을 선언한지 약 3주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ETA가 무력사용을 중단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스크 주민의 지지감소와 자체 군사력 약화. 그러나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이 끼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 집권 당시 스페인 정부는 학교에서 바스크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바스크족을 심하게 억압했으나 이후 들어선 민주정부는 바스크족의 부분자치를 허용했다. 현재 바스크족은 치안권과 과세권 뿐만 아니라 별도의 의회도 보유하고 있다. 분리주의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완전한 독립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독립의 열풍이 카탈루냐 등 다른 지역으로 퍼질 것을 우려해 이를 거부하고 있다.

ETA는 무력사용 포기를 천명했다. 이제는 스페인 정부가 상응하는 화해의 조치를 취해 화답할 차례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구금된 ETA의 정치조직 ‘에리 바타수나’의 지도자 23명을 석방하거나 스페인 곳곳에 분산감금돼 있는 ETA조직원들을 바스크지방 감옥으로 이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통해서 바스크지방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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