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박수영/『수능시험끝나면 대화많이 할게요』

  • 입력 1998년 10월 12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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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3수험생이라고 생신도 챙겨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합니다. ‘생신이 언제더라…. 맞아 그때쯤이었지’ 하고 어렴풋이 기억이 날 정도니 얼마나 무심한 딸인가요. 엄마는 당신의 생일도 잊은 채 아빠와 저희들을 보살피느라 여념이 없으신데.

엄마가 학교급식조리사로 취직을 한지도 몇달이 지났습니다. 일이 많이 힘드시지요. 초저녁부터 잠이 드신 엄마를 보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건강 해치지 않도록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언젠가 엄마가 “다른 애들은 엄마한테 얘기를 잘 한다던데 너는 왜 그렇게 무뚝뚝하니”하며 서운한 표정을 짓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제 마음은 절대로 그렇지 않은데. 엄마.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저는 이 가을 여무는 벼이삭처럼 겸허한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수능시험이 끝나면 엄마랑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주위에서 저에게 “엄마를 어쩌면 그렇게 쏙 빼닮았니”라고들 합니다. 성격이 같아서 좋을때도 있지만 가끔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하지만엄마. 곧 저도어른이 됩니다. 장녀가 든든하다는 말처럼 듬직한 엄마의 버팀목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박수영(경기 수원시 권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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