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헌진/『보안등에 감전사라니…』

  • 입력 1998년 10월 7일 19시 04분


서울 양천구 신월3동에 사는 박복용(朴福用·42·자영업)씨 부부는 7일 서울 양천구청 3층 강당 앞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구청측이 보안등을 잘못 관리하는 바람에 딸이 감전돼 숨졌는데도 구청측은 아무 반응도 없습니다. 이런 무성의한 태도에서 그같은 관리소홀이 빚어진게 아니겠어요.”

박씨의 딸 미정양(11·S초등 4년)은 지난달 23일 오후 5시반경 서울 양천구 신월3동 양서중학교 철조망 담장 밑에서 감전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고 11일만인 4일 오후 7시경 숨졌다.

“사고 며칠전 한 중학생이 같은 장소에서 감전됐고 그 다음날에는 한 주민이 ‘보안등에서 불꽃이 튄다’며 신고했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고치지 않았어요. 그때 누군가가 신경만 썼더라도….”

방과 후 운동장에서 놀다 학교 후문이 닫히자 담장에 난 구멍으로 빠져나오던 미정양의 오른손이 보안등 아래부분에 닿았던 것. 당시 미정양은 감전된 상태로 10여분동안 꼼짝도 못하다 뒤늦게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의 1차 조사결과 보안등의 강관으로 만든 기둥에는 누전으로 전기가 흐르고 있었다.

“구청측은 보안등에 필수장치인 접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관리는 물론 설치부터 엉망이었던거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감정이 나오는 대로 보안등 설치 및 점검을 게을리한 구청 관계자들과 전기설치업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박씨는 “구청의 작은 업무태만이 한 평화롭던 가정을 갈갈이 찢어놓았다”며 미정양의 사진을 품에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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