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중대통령의 訪日

동아일보 입력 1998-10-06 19:27수정 2009-09-2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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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시작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그동안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나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은 여러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한일(韓日) 양국 사이에는 과거 역사에 대한 앙금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가장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항상 먼 나라처럼 서로의 마음을 솔직히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이번 방일(訪日)은 두 나라가 21세기의 진정한 동반자로 다시 출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일 사이의 현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1월 일본측의 일방적인 파기 선언으로 벼랑까지 갔던 어업협정은 바로 10여일 전 개정협상을 타결짓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북(對北)정책 공조문제는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안으로 계속 남아 있다. 아시아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번지고 있는 경제위기는 너나 가릴 것 없이 공동대처해야 할 발등의 불이다. 특히 양국간의 과거사 정리문제는 이제 더 이상 끌어서는 안될 과제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과가 여러차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본이 진심에서 우러난,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한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이 정말 사과를 한다면 우선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그 구체적 내용을 적시하고 누가 피해자이며 가해자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할 것이다. 사과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일본정부와 국민이라는 것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사과와 반성은 애매한 표현으로 수사(修辭)에만 그쳤다. 이번에는 반성과 사과의 진실성이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과거사의 덫’은 빨리 벗어날수록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된다. 세계 각국들 간의 교류와 협력은 국경을 초월한지 이미 오래다. 가장 가까이 있는 두 나라가 아직도 감정적인 불신과 대립으로 서로 터놓고 대하길 꺼린다면 이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당장 2002년의 월드컵 축구만 해도 그렇다. 성공적인 공동개최를 위해서도 역사의 앙금은 하루 빨리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화교류나 청소년교류도 이제는 활발히 이뤄져야 할 때가 됐다. 그것이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다.

세계는 지금 전쟁과 고통으로 얼룩진 20세기를 마감하고 화합과 협력의 21세기를 열기 위해 다투어 노력하고 있다. 한일 두 나라 정상도 이번에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이 선언은 두 나라가 21세기의 동반자로 함께 번영을 누려나갈 규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일관계에 새 지평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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