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춘자/이웃 뜻밖의 호박선물 정「새록」

입력 1998-10-01 19:57수정 2009-09-2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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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무렵. 전화벨 소리에 수화기를 드니 반가운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전해온다. 이곳 아파트로 이사오기전 가깝게 지냈던 정규 엄마다. “고모님 댁에서 호박 몇개 얻었는데 주고 가려고. 아파트 앞에 나와 있어.”

쪼르륵 우산을 들고 나갔다. 그런데 도로변까지 나가 기다려도 좀체 오지를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호박 부추 땅콩 등 농산물을 파는 시골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순간 집에 모아둔 비닐 봉지를 갖다 주면 요긴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봉지를 갖다주니 아줌마 입이 함박만해졌다. “이것도 사려면 몇백원은 줘야 하는데…” 하더니 고맙다며 호박을 주려 했다. 괜찮다고 손을 내저었지만 어느새 비닐봉지에 담긴 호박 2개를 쥐어 주었다. 생각지도 않은 호박을 얻은 것이다. 정을 주고받으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기다리는 걸 포기하고 집에 오니 식탁위에 또다른 호박 2개가 나란히 웃고 있다. 시골 아주머니와 거래 아닌 거래를 하는 사이 정규 엄마와 길이 어긋나 호박만 식탁에 두고 간 모양이다. 까만 비닐 봉지속 호박 2개를 꺼내놓으니 고만고만하고 동글동글한 모양이 너무나 닮아서 웃음이 나왔다.

김춘자<강원 원주시 명륜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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