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29일]마음을 적시는 가을비

  • 입력 1998년 9월 28일 18시 41분


스르륵스르륵, 허기진 뱀들이 이슬을 먹으러 나오는 새벽녘. 보았는가. 한참은 가까워진 별빛에 눈 맞추며, 싸늘하게 식어가는 푸른 이슬의 눈망울을…. 들리는가. 찬 이슬을 이불삼아 살포시, 새벽잠이 든 풀잎들의 숨소리가….

그리고, 새들이 숲속에서 포르릉포르릉, 이 나무 저 나무 사이로 황금빛 지느러미를 퍼덕일 때…, 그 때, 그렇게 가을의 아침은 온다. 흐리고 비. 아침 17∼19도, 낮 22∼24도. 봄비는 안개처럼 들뜨고 가을비는 추억처럼 스며든다.

아는가. 새들은 왜 지붕을 짓지 않는지…. 시인(정호승)은, 알 듯 모를 듯 속삭인다.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위 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위하여? 새들의 깃털에이 슬처럼 맺히는 하느님의 눈물을 받아두기 위하여?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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