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발묶인 금강산관광선,「생돈」까먹는 애물단지

  • 입력 1998년 9월 28일 18시 41분


현대의 금강산 관광선 제2호인 ‘봉래호’가 28일 낮 울산항에 들어왔다. 승객과 승무원 1천2백명이 탈 수 있는 1만8천t급 고급 유람선.

그러나 현대측은 이 2호 유람선 입항소식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눈치. 7일 관광선 1호인 ‘금강호’가 들어올 때만 해도 선실 내부를 공개하는 등 떠들썩했던 모습과는 너무 딴판이다. 봉래호의 ‘조용한’ 입항은 ‘선배’인 금강호의 처량한 신세때문이다.

당초 예정대로 25일 첫 출항했다면 지금은 북한의 장전항 앞바다에 가 있어야 할 금강호는 20여일째 울산항에 발이 묶여 있는 처지. 이미 내부 수리를 마치고 모든 출항 준비를 끝냈지만 언제 북행길에 오를지 기약이 없는 상태에서 매일 아까운 돈만 축내고 있다.

배를 빌리는 비용에다 6백명의 외국 승무원 용역비를 포함한 하루 용선료만 9만5천달러. 하루에 1억3천만원씩 ‘생돈’을 까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 말대로 내달 중순 관광선을 첫 출항시키더라도 2백만달러 가량 추가비용을 물어야 한다.

봉래호도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첫 출항이 무산돼 현재로선 속수무책. 금강호보다는 작은 규모라 용선료는 싸게 들지만 역시 적잖은 공돈을 날리게 돼 현대측은 속을 끓이고 있다.

다급해진 현대측은 선주인 말레이시아 선사측에 “요금을 좀 깎아줄 수 없느냐”고 통사정하지만 아직 이렇다할 회신이 없다고.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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