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 31/연봉제]박광서씨 경험담

  • 입력 1998년 9월 22일 19시 04분


91년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호주에 있는 A사에서 근무할 때 경험담이다.

이 회사는 급여체계는 물론 연봉제였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연봉이 결정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한국과는 너무 다르다는 기억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유학을 가기 전 한국 회사에 근무할 때의 월급명세서를 보면 거의 한 페이지 가득했었다. 기본급 시간외수당 직책수당 가족수당 통근수당 보너스 등등….

A사의 월급명세서는 너무나 단순했다. 기본급과 인센티브 단 두가지 항목뿐이었다. 그나마 월급명세서엔 총급여 세금 그리고 수령액만이 찍혀있었다.

입사하면 테스트와 면담을 거쳐 그레이드(등급)를 받고 기본급 범위에서 능력에 따라 임금이 정해졌다. 인센티브는 업적 성과에 따라 자동연계되어 결정되었다.

한국 기업에서 받았던 월급명세서와 비교해볼 때 상당히 합리적이고 이해하기가 쉬웠다. 원리는 딱 하나. 열심히 일한만큼 주는 대신 쓸데없는 항목을 붙여 남들과 균등하게 지급하는 일은 없었던 것.

이는 세월이 흘러 자금당당임원으로 진급해 연봉이 결정될 때 극명히 드러났다. 당시 받았던 임금은 입사할 때의 두 배 이상이었다. 현지인들이 받는 임금보다도 높았다.

우리 기업에 근무할 때는 열심히 일한 사람이나 빈둥거리고 시간만 보낸 사람이나 근무연수만 비슷하면 거의 차이가 없는 급여를 받게되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도 연봉제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없는 인사조직 시스템에서 일하는 것 같다. 능력에 바탕을 둔 연봉책정에는 여전히 기술적으로 미흡한 면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박광서(타워스페린대표)

▼글로벌 스탠더드 취재팀

△홍권희차장(경제부·팀장) △송평인 박현진기자(경제부) △박래정 이희성기자(정보산업부) △이진영기자(사회부) △유윤종기자(문화부) △윤경은기자(생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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