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높은 분들의 일본나들이

입력 1998-09-21 19:13수정 2009-09-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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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의 앞마당이고 비교적 언어의 장벽이 낮아서인지 일본을 찾는 한국 고위인사들이 많다.

이달에만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와 김봉호(金琫鎬) 김영진(金泳鎭) 유흥수(柳興洙)의원,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 한덕수(韓悳洙)통상교섭본부장 임창열(林昌烈)경기도지사가 방일했다. 지난달 말에는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도 다녀갔다.

이들은 하나같이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방문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높은 분들의 일본나들이’를 바라보는 주일 한국대사관과 기업들의 시선은 차갑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비싼 돈 들여서…”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점은 대다수가 철저한 준비 없이 덜컥 온다는 것”이라며 혀를 찬다. 심지어 방일 며칠 전에야 겨우 통보하고 공항에 내리니 실제로 얻는 것은 별로 없다.

억지로 급조한 일본고위인사와의 면담에서는 당연히 ‘알맹이 없는 덕담’이나 나누다 헤어지고 만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한국에 투자하라”거나 “일본의 대한(對韓) 투자관심이 높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많다.

경기는 예같지 않은데 높은 분들이 떴다 하면 이런저런 뒤치다꺼리는 기업의 부담이 된다.

한 기업인은 “차량제공이나 투자설명회 인원동원은 물론 저녁 술값까지 떠맡아야 할 때가 많다”며 “죽을 지경인데 쪽박까지 깨려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지도층 인사들이 아까운 외화를 써가며 경쟁적으로 외유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할까.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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