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 전략문제논평]「차세대 마약」ATS소비 확산

  • 입력 1998년 9월 18일 19시 28분


《동아일보는 국제정세와 전략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의 독점계약으로 IISS 간행물 전략문제논평(Strategic Comments) 중 ‘국제 마약거래의 새로운 흐름’을 요약, 소개한다.》

전세계 마약류의 생산 유통 및 소비유형이 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불법 거래돼온 3대 마약류는 헤로인(소비자 8백만∼9백만명) 코카인(1천3백만∼1천4백만명) 마리화나(1억4천만명). 미국 마약단속청 추산에 따르면 한해 불법으로 거래되는 마약은 4천억달러로 전세계 한해 무역량의 8%나 된다.

전통적인 마약류는 콜롬비아 미얀마 등 몇몇 개발도상국의 대규모 농장에서 재배돼 ‘시칠리아 마피아’나 중국계 삼합회, 미얀마의 쿤사 등 대규모 마약조직에 의해 전세계로 유통됐다.

그러나 대규모 농장에서 재배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제되는 전통적 마약류가 화학적으로 합성제조되는 환각물질(ATS)에 의해 차츰 대체되고 있다.

ATS란 ‘암페타민류 환각제’를 통칭하는 것으로 히로뽕으로 더 잘 알려진 백색가루 형태의 메스암페타민, 주사기로 주입하는 액체상태의 스피드, 알약형태인 엑스터시, 미세 결정체로 흡입용인 아이스 등을 말한다.

ATS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양귀비나 코카나무 대마초 등 원료식물을 재배하기 위한 대규모 농장이 필요없다. 인공적으로 화학물질을 합성하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도 주로 선진국에서 이뤄진다. 생산 장소가 바뀌면서 이들 마약류의 유통루트도 기존의 ‘개도국→선진국’에서 ‘선진국→선진국’의 형태로 변하고 있다. 환각제를 생산해온 개도국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ATS는 주로 유럽의 젊은이 수천만명에 의해 소비되고 있으며 한해 16∼21%씩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ATS는 처음에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에서 집중적으로 생산 소비됐으나 최근에는 러시아 등 구소련 국가들의 과거 화학무기 생산시설에서도 생산이 늘어나고 있다.

ATS 소비가 이처럼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기존 환각제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과 값이 싸다는 이유 때문. 그러나 의료계나 단속경찰은 ATS의 장기 사용에 따른 영향이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며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뇌손상이나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많다고 설명한다. ATS의 생산 및 거래는 소규모 범죄집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기존 마약관련 범죄집단에 비해 조직화도 덜 되어 있지만 마약단속반의 ‘리스트’에 올라있지 않아 포착이 잘 안된다. 이들은 이 때문에 대규모 조직보다 훨씬 쉽게 조직의 우두머리를 정치적 경제적으로 ‘합법적인’ 지위에 진출시키기가 용이하다.

과거에는 마약류가 대규모 농장과 대규모 조직을 통해 생산 거래됐기 때문에 단속에 관여하는 공무원이나 경찰이 부패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 통제 및 소탕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리〓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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