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석한/한국 개혁조치 美에 적극 알려야

입력 1998-09-17 19:14수정 2009-09-2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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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지난 몇달간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에 대한 지원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여왔다. 논쟁의 배경에는 IMF 지원금이 미국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기업을 구제하는데 사용되지 못하도록 지원조건에 금지조항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온 많은 미국기업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미 행정부는 결국 7월초 재무부 산하에 ‘IMF 개혁 실행을 위한 행정부 태스크포스(특별대책팀)’를 구성했다. 태스크포스에는 무역대표부 상무부 국무부 및 경제자문위원회 관리들이 동참하고 있다.

태스크포스의 1차적 역할은 한국이 IMF 지원의 조건들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또 미국기업들이 한국의 개별 산업이나 기업에 대해 제기하는 불만을 접수하고 진위여부를 가리는 책임까지 지고 있다.

태스크포스 설치 후 미 행정부 관리들은 IMF 지원조건에 금지조항을 달아야 한다는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미 행정부의 태도변화는 미국기업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는지, 이같은 로비가 IMF의 한국 지원에 대한 미 행정부의 인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준다.

미국 반도체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는 태스크포스에 참여하고 있는 재무부 관리들을 여러차례 접촉했다. 마이크론은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IMF 지원금의 일부를 한국 반도체업체들에 대한 보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두가지 근거를 내세웠다.

첫째, 한국 반도체업체들은 한국이 심하게 경기침체를 겪기 시작한 이후 한번도 정리해고를 한 적이 없는데 감원을 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반도체업체는 한국에 없다는 주장이다.

둘째,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국제금융기관도 대출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 관리들은 마이크론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누구도 마이크론이 제시한 근거가 사실무근이라는 반대 논리를 펴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업계는 이제부터라도 마이크론을 비롯한 미국기업들의 로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미국 기업들의 주장을 논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IMF 문제에 대한 논의에 끼여드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일부 제기될 수도 있다.그러나한국이적극적인 대응 노력을 하는 것이 한국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

첫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이크론과 같은 미국 기업의 노력이 결국은 한국에 대한 IMF의 지원조건에 직접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태스크포스가 추가 조건을 건의하게 되면 미 행정부는 이같은 조건을 추가하도록 IMF이사회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경제회복을 위한 계획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다.

둘째, 한국정부와 업계의 대응은 한국의 국제신인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미국 업계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IMF와의 합의를 어기면서 한국 업체들에 계속해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제기해왔다. 일방적인 주장에 대응하지 않으면 그들의 편견이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미간에 큰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한국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셋째, 미국기업들의 근거없는 주장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정부가 IMF자금을 업체를 위해 쓰고 있다는 주장은 결국 미국이 한국업체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업계의 주장을 반박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한국정부와 업계는 더 나아가 한국의 입장을 미 행정부와 의회에 전달하는 창구로 태스크포스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태스크포스 관리들에게 한국의 개혁조치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개혁조치들이 IMF와 합의한 사항이건 아니건, 한국의 경제회복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건 없건 간에 말이다.

한국관리들은 미국관리들과 직접 접촉하고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이들을 한국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응원단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태스크포스가 한국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최대한의 정보를 갖게 되면 언제든지 한국을 비판하는 세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 한국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석한<미국 에이킨검프법률사무소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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