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탐구]『나만 희생』 피해의식 금물

  • 입력 1998년 9월 16일 19시 03분


맞벌이 부부가 싸우는 가장 흔한 이유는 뭔가 공평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을 하며 함께 대학원에 다니는 한 커플.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한 개뿐인 책상이 말썽이었다. 당연히(?) 책상은 남편이 쓰고 아내는 식탁에서 공부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그 일로 화를 내 남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늘 희생자의 역할을 자기가 맡는 것이 공평치 못하다고 주장한 것.

대개 부부싸움이 그러하듯 본말이 전도돼 나중에는 서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유치하고 원색적 싸움으로 끝났다. 후유증은 오래 갔다. 남편은 하찮은 책상 때문에 그렇게 비난하다니 하는 생각에 섭섭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그건 단순한 책상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생활 전반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였던 것.

굳이 맞벌이 부부가 아니어도 서로 자기가 희생자라는 피해의식은 결혼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 공평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먼저 서로 집안 일에서 책임지고 있는 부분을 자세하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뭔가 균형이 안맞는다고 느끼면 솔직하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재검토하고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정을 거쳐 둘 사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일. 부부간 문제가 커지는 이유는 조금만 갈등이 생기면 ‘우리 사이는 이제 끝’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

희망, 솔직함, 배려 그리고 실제적인 행동―이것이 가정을 이루는 네 개의 기둥이 될 때 ‘관계의 공평함’도 이루어진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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