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MF의 실책

동아일보 입력 1998-09-15 19:26수정 2009-09-25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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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등 경제위기를 겪는 아시아국가들에 내린 처방이 잘못됐음을 자인하고 나서 충격을 주고 있다. IMF관리체제 이래 이 기구의 대처방안이 잘못됐다는 비판은 유수한 경제전문가들로 부터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막상 IMF 스스로 이를 뒤늦게 인정한 것은 처방을 충실하게 수행하려 노력해온 우리를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IMF가 당초 우리나라에 긴축과 고금리정책을 요구했을 때 미국의 경제학교수와 뉴욕금융시장의 전문가 중 상당수는 강력한 반대입장을 보였다. 재정적자로 위기를 맞았던 멕시코 모델의 IMF처방은 일시적 외환부족으로 환란을 당한 한국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었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긴축정책은 결국 세계경제사상 가장 심각한 내수침체를 불러왔고 고금리정책은 기업 자금조달의 숨통을 눌러 대규모 연쇄부도를 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IMF와의 정기적인 협의과정에서 그 조건들이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경제정책은 채택시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악화된 경제상황이 모두 IMF의 잘못 때문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IMF가 개선을 요구한 내용 가운데는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약이 되는 처방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라면 우리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들이 과연 제 할 몫을 다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환란 직후 온국민이 다부지게 각오하고 나섰을 때 정부가 경제살리기의 전제인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 만일 그 때 모든 경제주체들이 서둘러 뼈를 깎는 아픔을 선택했더라면 정리해고 문제에 따른 현재의 혼란과 진통은 훨씬 덜했을 수도 있다.

기왕 이 상황까지 왔다면 이제 남은 일은 앞으로의 문제다. 정부는 향후 IMF와의 협상을 통해 좀 더 유연성 있는 정책을 취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고생하면서 추진해온 경제개선 노력들을 유지하고 확대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구조조정과 제도개선 그리고 국민의식 개혁 등이 그것이다. 정부가 이번 일을 경기부양의 빌미로만 이용하려 들지 않기 바란다. 내수가 붕괴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경기대책이 이뤄질 때 구조조정은 성공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IMF가 부분적으로 정책의 실수를 인정했다 해서 그들의 잘못만 새삼스레 강조하는 것은 속절없는 일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 급하다. 지금까지 해 왔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뒤집으려는 시도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 앞에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수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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