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성별선택 임신기술

  • 입력 1998년 9월 11일 19시 26분


아들 딸을 원하는 대로 낳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이 문제로 고민해온 부부들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한 연구소가 딸을 원하는 14명에게 실험한 결과 13명이 딸을 임신, 92.9%의 성공률을 나타냈다고 한다. 아들이냐 딸이냐를 결정짓는 Y염색체와 X염색체를 가진 정자를 분리해내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놀라운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그러나 아들 딸 선택기술의 개발은 자연의 섭리에 대한 도전이다. 성경은 창조주가 흙으로 남자(아담)를 빚어 생명을 불어넣은 뒤 그의 갈비뼈 하나로 여자(이브)를 만들어 인류의 시초로 삼았다고 가르친다. 성경이 아니더라도 남녀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이제껏 신(神)의 영역으로 간주돼 왔다. 우리의 전통 민간신앙에 의하면 아기를 점지하는 일은 삼신(三神)할머니의 몫이다. 그 삼신도 이제 퇴출당할 시기가 된 모양이다.

▼연구소측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성비(性比) 균형을 맞출 때나 유전성 질환이 있는 부부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들은 인류에게 뭔가 유익한 기여를 의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핵(核)의 평화적 이용과 무기전용 사례에서 보듯이 과학기술의 악용은 엄청난 재앙을 예고한다. 특히 남아선호가 강하고 이미 초등학생 등의 남초(男超)현상이 뚜렷한 우리의 경우 남녀선택 기술을 남용하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과학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21세기에는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더욱 많이 쏟아질 것이다. 죽지 않거나 늙지 않는 약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인간이 가장 두려워 하는 노사(老死)공포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과학은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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