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1일 개봉영화 「남자의 향기」주인공 김승우

  • 입력 1998년 9월 10일 19시 53분


“미연이(아내 이미연을 지칭)가 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물 건너간 삼류소설 같다면서요.”

김승우(29)는 참 솔직하다. 12일 개봉되는 영화 ‘남자의 향기’에 출연계약을 하기 전 이미연이 뭐라더냐고 묻자 서슴없이 그렇게 말한다.

“말도 안되는 얘기죠. 세상에 그런 남자는 없어요.”

영화에서처럼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향기있는 남자가 있겠느냐고 묻자 에이, 고개를 저으며 하는 말.

그런데 그런 영화에 왜 출연했을까.

“멜로물을 좋아해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함직한 얘기잖아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사랑 영화거든요.”

멜로와 사랑에 얽힌 가슴아프고도, 웃기는 에피소드 두가지.

하나, 90년 ‘장군의 아들’에 단역으로 출연했을 때 그는 1m80의 키에 1백㎏ 가까운 거구였다. 뚱뚱하니까 출연요청이 오는 작품도 액션 아니면 코미디. 멜로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남들이 웃었다. 억울해서 죽기 살기로 살을 뺐다. 지금은 72㎏의 늘씬한 몸에 자타가 공인하는 ‘멜로과(科)’.

둘, 94년 스타 이미연과 결혼하기 전 김승우는 무명이었다. 콧대높은 이미연은 그의 애만 태웠다. 반지를 사들고 가서 이미연의 집 앞에 드러누웠다. 결혼해주지 않으면 트럭에라도 깔려죽을 작정으로. 지금은? 휴대폰CF에서 “아빠래요”하며 웃는 모습을 실제 상황처럼 믿는 팬들도 있다나.

“영화에서 내가 연기하는 혁수는 여자를 신앙처럼 사랑하는 남자죠. 열살때부터 오누이처럼 자란 여자를 어떤 일이 있어도 보호해주는… 미연이도 저런 남자와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와 결혼시킨 뒤 슬픈 눈빛으로 앉아있는 장면, 그 여자를 위해 살인죄를 덮어쓴 혁수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여자를 만나는 장면 등에서는 여성관객들의 흐느낌이 여기저기 터져나올 정도.

그러나 정작 본인은 ‘가끔씩’ 닭살이 돋아 몸을 벅벅 긁으면서 연기했단다. 혁수는 가슴저린 사랑을 동경하는 여자들을 위해 태어난 캐릭터라며 “남자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는 얘기.

영화 속 액션장면은 수원대 체육학과 출신인 그가 대역없이 직접했다. 정말 솔직한 배우 김승우의 한마디. “어쩐지 어설프죠? 다시 태어나면 전 열심히 공부해서 체육대 말고 다른데 갈거예요. 연기도 안하구요. 너무…힘들거든요.”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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