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라이프]엄격하면서 관대한「유럽관람문화」

입력 1998-09-01 19:10수정 2009-09-25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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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엄격하고 훨씬 관대하다’.

2,3년동안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돌며 고전음악 공연을 1백회 이상 감상하면서 유럽의 관람문화가 우리보다 엄격한 동시에 관대하기도 하다는 점을 느꼈다.

공연이 일단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다른 사람을 방해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유럽의 청중은 공연시간에 늦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 공연장에서처럼 첫 곡이 시작된 뒤에도 입장행렬이 줄을 잇거나 자리를 바꾸느라 수선을 떠는 풍경은 보기 어렵다. 어린아이를 무리하게 공연장에 데려오는 일은 없다. 공연 도중 아이가 운다거나 돌아다니는 일은 공연사고로 간주될 정도다.

우리의 관점에서 의외로 관대하게 생각되는 점도 많다. 공연장 객석 안내는 거의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맡고 있다. 이들의 안내는 친절하기 그지 없다.

언젠가 런던 바비컨센터에서 런던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을 때였다. 마른기침을 계속하는 노인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달갑지않게 여기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노인 안내자가 물을 한 잔 가져오자 10명 가량의 관람객이 조용히 그 물잔을 노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3백년 이상의 공연역사 속에서 관람질서가 뿌리내린 덕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 같다.

그들은 클래식 공연 관람을 고상한 고급문화로 간주하지 않는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 행사가 아닐 때는 관람객의 복장도 자유스럽다. 반바지만 꺼릴 뿐 청바지나 미니스커트도 무방하다. 청중들은 막간을 이용해서 옆사람과 대화하며 공연에서 얻은 즐거움을 서로 나눈다.

이일호(BMG 클래식마케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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