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 전략문제논평]불확실한 나이지리아 정국

  • 입력 1998년 8월 7일 19시 25분


《동아일보는 국제정세와 전략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의 독점계약으로 IISS의 간행물 전략문제논평(Strategic Comments)중 ‘분열되고 있는 나이지리아’를 요약, 소개한다.》

6월8일 나이지리아의 최고 지도자 사니 아바차 장군과 7월7일 야당 지도자 모슈드 아비올라의 죽음은 지진처럼 나이지리아 정국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들의 죽음은 민정 이양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지만 국가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아바차 치하에서 나이지리아의 경제는 피폐했으며 종족 갈등은 커졌고 실질적 통치집단인 군의 분열도 심화했다. 총선 실시를 통해 민정 이양을 하겠다던 아바차의 계획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에 불과했다.

그의 후계자인 압둘살람 아부바카르는 한번도 정치의 전면에 나선 적이 없던 직업군인이다. 아부바카르는 내년중 민정이양을 선언하는 등 유연함을 보이고 있다. 그는 영국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추구했으며 정치범을 석방했고 종족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이지리아의 종족중 가장 큰 종족은 남서부에 거주하고 있는 요루바족이다. 기독교도인 요루바족은 집권 군부세력이자 이슬람교도인 하우사스족과 풀라니족을 적대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요루바족인 아비올라의 죽음은 아부바카르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다. 아비올라는 93년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군부의 선거 무효화 조치로 집권에 실패한 뒤 지금까지 투옥됐었다. 아부바카르는 아비올라를 석방함으로써 요루바족의 불만을 해소하고자 했으나 당장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아비올라의 주장을 군부가 수용할 수는 없었다.

대다수의 요루바족은 아비올라가 자연사했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피살설을 믿고 있다. 아비올라가 사망한 이후 수십명의 요루바족이 시위 도중 사망했다. 이들은 하우사스족을 비롯한 다른 종족을 공격하면서 종족간 갈등을 표면화시키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문제는 군사통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은 유일하게 근대화된 집단이며 국가통합의 구심점이다. 민간 정치인도 무능과 부패라는 점에서는 군부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외교관들은 아비올라도 부패에 깊이 연루된 사람이라고 증언한다. 더욱이 올들어 유가 하락으로 석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는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혹시 군부가 권력을 넘겨준다 하더라도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이 나라의 민주주의 실현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아부바카르가 민정 이양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그의 결정이 집권 군부층의 동의를 얻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군부는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강경파들은 정치 개입을 지지하면서 민주주의 도입이 국가의 분열과 내전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온건파들은 합법성을 결여한 정권을 이대로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부바카르는 종족간 긴장 완화, 경제회복 및 군부의 충성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만 한다.

〈정리〓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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