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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8월 2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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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 사람 일이니까.
나는 잠시 뒤에 말했다. 내 음성이 낯설게 울려나왔다. 내 속의 무엇이 혈관을 당겨 올려 욕망의 위치가 반음쯤 올라간 것 같은 느닷없는 변성.
―난 새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맨 사람이 좋아요. 벗길 때의 기분이 아주 아주 멋져요. 훨씬 더 부정한 기분이 들거든요. 카리스마가 느껴져요.
영우는 한결같은 음성으로 조잘댔다.
―집이 어느 쪽이지?
차고에서 나오면서 묻자 영우는 이마를 찌푸렸다.
―집에 데려다주지 말아요. 오늘은 주말인 걸요. 이런 날은 엄마도 들어오지 않아요.
―……
―아시겠죠? 나에겐 예사로운 일이라는 것을. 오빠와 자는 것, 처음도 아니고 끝도 아니죠.
그날 우리는 모텔에 들었다. 그날 일은 좀체로 잊혀지지 않는다. 한 여자애가 나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던 밤이었다. 방안에 들어 선 내가 약간 머뭇거리다가 쳐다보자 영우는 나에게 바짝 다가서더니 자신의 셔츠 자락을 나에게 맡겼다. 나는 드디어 할 일을 찾은 사람처럼 사무적으로 셔츠의 단추들을 풀었다. 셔츠가 풀어지자 영우는 손을 뒤로 뻗어 스스로 브래지어를 열고 셔츠와 브래지어를 한꺼번에 발등 위에 떨어뜨렸다. 옷을 입었을 때 전체적인 스타일을 둔감하게 보이게 했던 커다란 가슴을 완전히 드러낸 영우는 또렷하게 말했다.
―오빠, 해줘요.
팽팽하게 부푼 새하얀 가슴 끝에 당돌하게 솟아 나온 갈색의 작고 단단한 젖꼭지가 나를 향해 살짝 치켜올려져 있었다. 아직 아이를 낳은 경험이 없는 봉인된 육체이면서 동시에 닳을대로 닳은, 신랄한 기대의 표정을 가지고 있는 부도덕하고 자극적인 육체였다. 내가 가슴을 쥐자 영우는 시작부터 비명을 질러대며 두 손으로 나의 머리를 꽉 끌어안고 숨이 막히도록 나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었다. 그녀는 기대 선 벽에 머리를 이따금 뒤로 젖혀 거칠게 부딪쳤다.
그러나 다음부터는 그다지 원활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키스하는 것도 그녀와 나는 서로 달랐다. 내가 혀를 내밀면 영우는 입술을 떼고 키스를 멈추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가 파고 들어오면 그 이물감 때문에 내가 당황하여 키스를 중단했다. 영우는 나에게 입술을 연 채로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자신의 방법으로 내 입안으로 들어와 혀와 입술로 나의 입술과 잇몸과 이빨과 혀를 천천히 핥았다. 그리고 자신이 가만히 있을테니, 이번엔 나의 방식으로 키스를 하라고 말했다. 한동안은 계속 그런 식이었다. 체위도 그랬다. 약간의 의견 충돌까지 생겼을 정도로 영우는 양보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나는 여자가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무릎을 세우는데에 익숙해 있는데, 영우는 다리를 서로 끼우거나 하나의 다리로 등을 감는 것을 고집했고, 영우는 마주 앉아서 하고 싶어하는데 나는 그때까지 앉아서는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다지 여의치 않자 영우는 뒤에서 해 달라고 했다. 다행히 그것은 처음부터 잘 맞았다. 아마도 그것이 훨씬 단순한 방식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우에게는 오랫동안 욕망을 길들인 사람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영우는 그 사람의 방식을 나에게 요구하고 나를 통해 그 사람을 갈망하고 있었다.
<글:전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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