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창원에 물린 경찰

  • 입력 1998년 7월 17일 19시 44분


서울 도심에 나타난 탈옥수 신창원을 경찰이 검문까지 하고도 또다시 놓치고 말았다. 경찰이 신을 눈앞에 두고도 놓친 것은 작년 10월 이후 이번이 벌써 다섯번째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범인을 놓쳤다면 변명이 된다. 그러나 이번에도 경찰이 기본적인 수칙만 제대로 지켰어도 신을 검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

경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이번처럼 한꺼번에 드러내 보인 경우도 드물다. 그동안 고속도로 톨게이트 할 것없이 떠들썩하게 검문검색을 벌였으나 정작 신이 서울에 잠입한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30일 첫번째로 신을 검거하는 데 실패한 뒤 검거전담반을 만들고 수배전단 1백여만장을 만들어 뿌렸다. 그런데도 이번에 신을 검문한 경찰관 2명은 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고 나중에 일기장 등 유류품을 보고서야 신원을 알았다. 도대체 이런 한심한 일이 어디에 있는지 기가 찰 뿐이다.

두 경찰관은 신이 타고 있던 승용차가 도난차량인 것을 알고 검문을 하면서도 수칙대로 상대를 제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몸싸움 도중 신에게 귀까지 물어뜯기는가 하면 신이 총을 뺏으려 하자 “총은 안된다”고 사정했다고 한다. 뿌리치고 달아나는 신을 보면서도 ‘오발사고가 겁나’ 총 한방 쏘지 않았다니 말이나 되는가. ‘멍청한 경찰’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 두 경찰관이 신과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시민이 신고를 했는데도 지원경찰이 늦게 출동한 점, 달아난 신을 잡는다며 뒤늦은 검문검색으로 ‘뒷북’을 치면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 것도 문제다.

탈옥수 신은 경찰에 쫓기면서도 계속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그가 버리고 간 차안의 거액 달러와 현금이 그의 범죄행각을 말해 주고 있다. 그는 자신을 괴롭힌 교도관에게 복수하기 위해 교도관 집을 찾아가기까지 했다고 일기장에 적고 있다. 앞으로 그가 무슨 범죄를 어떻게 저지를지 시민들은 불안하다. PC통신에서는 은근히 신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내용의 글도 뜨고 있다고 한다. 경찰의 무능으로 탈옥수가 영웅시되는 엉뚱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군은 무장간첩에 뚫리고 경찰은 탈옥수 한명을 못잡아 쩔쩔맨다면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책임질 사람은 당장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다음 심기일전하고 빠른 시간내 신을 검거해 시민들의 불안을 덜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왜 세금을 내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수도 서울에 강도살인범 탈옥수가 활보하는 한심한 사태를 정부도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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