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성과 다짐의 제헌절 50돌

  • 입력 1998년 7월 16일 19시 38분


제헌절 50돌이다. 오늘부터 8월15일까지 정부수립 50주년 특별기념기간이 시작된다. 이 역사의 마디를 맞아 전국 방방곡곡에서 태극기가 물결치는 ‘전국일주 태극기 달리기’ 행사도 시작된다. 축제로 맞아야 할 민족의 경사다. 지난 50년의 영광과 좌절을 되돌아보고 눈앞에 닥친 21세기를 희망의 새벽으로 맞기 위해 온 국민이 진지하게 옷깃을 여며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은 뜻깊은 제헌절과 정부수립 50돌을 축제로 맞기에는 너무나 우울하다. 우선 바로 50년 전 나라의 기틀인 헌법을 제정해 대한민국을 축복 속에 출범시킨 민의의 전당 국회가 두달째 공백상태다. 제헌절 행사를 주관해야 할 국회에 의장이 없어 경축사를 하지 못할 형편이다. 야당의원들은 원구성을 외면한 여당에 대한 항의로 검은 리본과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기념식에 참석한다고 한다. 여당의 무책임도 개탄스럽고 야당의 발상도 한심하다.

그렇지 않아도 건국 50돌을 맞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있는 나라 살림은 여전히 위기국면을 맴돌고 있고 개인과 가정의 일상은 생존마저 위협받는 불안한 처지에 빠져 있다. 한때 선진국 진입의 꿈에 부풀며 당당했던 독립 주권국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민족의 소원인 통일은 북한의 끝없는 도발로 더욱 기약하기 어렵고 분단의 상처는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지난 50년동안 이룩한 나라의 현주소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 앉을 수는 없다. 어떻게 세우고 어떻게 가꿔온 나라인가. 민주화와 산업화의 벅찬 험로를 피와 땀으로 헤쳐온 민족의 저력으로 다시 떨쳐 일어나 나라의 밝은 앞날을 열어나가야 한다. 외세에 굴하지 않고 전쟁에 좌절하지 않던 민족이다. 가난과의 싸움에서 기적을 이뤄내고 독재와의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이다. 그 희생과 불굴의 정신으로 오늘의 국난을 극복하여 세계 만방에 한국적 모델의 성공을 과시하는 또 하나의 기적을 일궈내야 한다. 그것이 건국 5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각오여야 한다.

이제 앞으로 한달 동안 전국은 태극기의 물결로 뒤덮일 것이다. 3·1운동과 8·15해방 당시 남녀노소가 거리로 뛰쳐나와 높이 흔들던 민족의 상징 태극기다. 그 태극기를 다시 흔들며 침체를 떨치고 새로운 1천년을 준비하는 국민대화합의 행진에 참여하자. 도약을 다짐하자. 나라의 기틀을 새로 세워야 할 때다. 국력의 결집없이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국민의 연대만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시련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국민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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