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못믿을 식품의약품안전청

  • 입력 1998년 7월 8일 19시 52분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체면이 요즘 말이 아니다. 청장이 의약품수입업자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가 하면 컵라면용기의 환경호르몬 용의(容疑)물질 검출여부를 놓고도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심한 불신을 받고 있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국가기관이 이렇게 권위가 흔들린다면 보통문제가 아니다.

▼식약청의 업무는 식품회사나 제약회사 등의 이권과 직결돼 있다.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 판정은 관련기업들에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그동안 업자들의 로비설 등 식약청의 업무와 관련된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이번에 불거진 식약청장의 수뢰혐의는 사실여부를 떠나 시중의 소문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식약청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컵라면 용기의 환경호르몬 검출문제만 해도 식약청이 불신을 자초한 셈이 됐다. 당초 식약청은 컵라면용기에서 환경호르몬 용의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이 실험방법이 잘못됐다며 항의하자 재실험을 한 끝에 당초와는 다른 발표를 했다. 환경호르몬 용의물질이 검출되긴 했으나 컵라면을 10분 이내에 끓여 먹거나 전자레인지로 끓이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컵라면용기가 안전하다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체(死體)보존에 쓰이는 포르말린을 넣어 번데기 골뱅이 마늘장아찌 통조림 10억원어치를 만들어 판 업자들이 검찰에 적발됐는데도 식약청은 검찰수사가 있기 전에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우리나라 식품안전망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 컵라면용기 소동도 그렇고 ‘포르말린 통조림’사건도 그렇다. 도대체 식약청이란 기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김차웅 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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