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정신자/『곁에서 돌봐주지못해 안타깝구나』

  • 입력 1998년 7월 8일 19시 35분


▼기숙학교 고3딸에게

장맛비가 장대같이 내리고 있다. 민경아. 너는 이 한밤중에도 졸음과 싸우며 책과 씨름하고 있겠지.

네가 가정형편을 생각해서 외지의 기숙학교에 들어간 지 벌써 3년이 지났구나. 이제 3개월 뒤면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고3엄마지만 엄마는 너에게 아무것도 못해주는구나. 다른 엄마들은 자식의 체력을 보강한다며 부지런히 간식을 해다 나르지만 농장일에 매달려 한번 가보지도 못하고….

IMF한파로 아빠가 한때 직장을 잃었지만 엄마는 아빠보다 네가 더 걱정됐단다. 흔들릴까봐. 남은 기간 엄마가 뭘 해줄 수 있을까. 모든 걸 학교에만 맡겨두고 먼발치서 걱정만 하는 엄마 마음은 너무 안타깝구나.

널 위해 엄마는 요즘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천마리의 종이학을 접고 있단다. 농장일로 지쳐도 네가 공부를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는 밤 2시까지 너의 건강 성적 행운 등을 한마리 한마리 종이학에 담는단다. 아빠도 새 직장을 구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까지 해온대로 열심히 하면 네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거야.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해치지 않도록 주의하거라.

정신자(경북 구미시 고아읍 괴평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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