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심리극 성격 뱀파이어영화 「어딕션」

  • 입력 1998년 6월 30일 19시 42분


“죄를 짓기 때문에 죄인이 아니라 죄인이기 때문에 죄를 짓는다.”

‘어딕션’의 끝부분, 뱀파이어(흡혈귀)의 대사는 이 영화를 만든 아벨 페라라 감독(미국)이 원죄 의식에 깊이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현대인의 도덕적 혼란과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난폭한 심리를 집요하게 들춰온 그는 ‘어딕션’에서도 인간이 저지르는 온갖 추악한 악행은 인간이 악(惡)에 중독된 존재이기 때문 아니냐고 관객들에게 묻는다. 뱀파이어가 등장하지만 ‘어딕션’은 공포영화가 아니다.

철학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 캐더린은 미국의 베트남 학살, 나치의 유대인 학살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악행에 분노한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뱀파이어에게 습격당한뒤 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없어 뱀파이어가 되고, 반복되는 악행을 저지르면서 인간의 악이 중독되고 관습화된 것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7월11일 개봉해 매일 한 번 심야에만 상영한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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