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취재를 하며]『도와주되 침묵하라』

  • 입력 1998년 6월 24일 19시 18분


배심원들은 간발의 차로 아내의 우세를 평결. 미즈우세를 주장한 배심원들은 한결같이 “조언과 간섭은 종이 한장 차이”란 반응.

김영미주부는 “내 남편도 요리를 잘 도와주지만 ‘침묵의 룰’을 잊지 않는다”며 “그러나 양파는 정말 나중에 넣어야 한다는 걸 주부 이씨께 꼭 전해달라”고 부탁. 신기창씨는 “그렇게 아내를 거들고 싶다면 설거지나 청소 등 몸으로 때우는 부문이 어떠냐”고 대안을 제시.

자취하는 총각 강용수씨는 “매일 라면이나 끓여먹는 나로선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말문을 열더니 급기야는 “남자는 요리를 잘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원죄설’을 제기.

남편 박씨와 같은 직장의 김관수씨는 “그 시커멓고 털많은 사람이 요리의 귀재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남편은 그저 △맛없으면 안먹으면 되고 △먹다보면 익숙해진다”고 경험적 ‘길들여지기론’을 역설.

반면 미스터의 손을 들어준 박미혜주부는 “이런 남편일수록 ‘잘한다’고 추켜세워 잘만 이용하면 평생 얼마나 편하겠느냐”고 반문. 미혼인 조현선씨는 “남자는 대학 MT 때 말고는 절대 요리를 안하는 줄 알았다”며 “나 같으면 행복해 죽을 것”이라고.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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