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낙연/김현철씨 납치미수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19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의 소식은 늘 착잡하다. 김전대통령 재임중에 그는 이권과 인사에 개입하고 국정을 농단했다고 해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끝내는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감옥에 가는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지금은 보석으로 풀려나 있지만 여전히 피고인 신분이다. 혐의는 특가법상의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요컨대 ‘돈’에 얽힌 것이다.

▼그가 이번에는 납치됐다가 탈출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관련자들에 따르면 이번 납치극도 돈 때문인 것 같다. 주범 오순열(吳順烈)씨는 92년 대통령선거 때 가게와 집을 팔아 마련한 2억5천만원을 김전대통령 선거자금으로 주었으나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하자 3억원을 받아내려고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사건이다.

▼오씨는 87년 대선 때도 2천만원을 냈고 상도동 경호원으로도 일했다고 한다. 그의 그런 행동은 보상을 바란 도박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냉대와 빚더미 뿐이어서 앙심을 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김전대통령 일가 측근 부정비리 녹취기록’까지 남겼다고 한다. 만약의 경우에는 일가와 측근들에게 해(害)를 입히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대선자금이 김전대통령의 ‘원죄’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이번 사건은 도박―배신―복수 같은 정치의 추악한 단면을 드러냈다. 김전대통령과 현철씨만의 일이 아니다. 선거 때 아무 돈이나 받아 썼다가 나중에 그 돈의 볼모가 되는 정치인은 많다. 돈을 가리지 않고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것이 선거판이다. 선거는 정치인의 출생과정이다. 출생부터 이렇게 비뚤어지는 것이 정치인이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정치개혁의 원점 아니겠는가.

〈이낙연논설위원〉naky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