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도니 브래스코」…알파치노의 3류마피아 연기

  • 입력 1998년 6월 15일 07시 09분


영화 ‘대부’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마피아의 세계는 화려하고 장엄하기까지한 사나이들의 세상이다. 그런데,정말 그럴까?

20일 개봉할 ‘도니 브래스코’에 등장하는 마피아들은 별 볼 일없는 뒷골목 깡패같기도 하고 밑바닥에서 버둥거리는 불쌍한 인생같기도 하다. ‘대부’에 비하면 하찮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실상에 더 가까운 것 같은 현실감을 준다.

뉴욕의 마피아를 소재로 했으나 정작 마음을 사로잡는 코드는 배반의 숙명앞에 놓여있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선이 굵은 우정이 선사하는 감동이다. 실제로 마피아에 침투해 아슬아슬한 6년의 세월을 보냈던 전직 FBI요원 조셉 피스톤이 쓴 자서전을 바탕으로 했다.

마피아 소탕작전이 한창이던 78년 뉴욕. FBI요원인 조 피스톤(조니 뎁 분)은 도니 브래스코라는 이름으로 마피아 조직에 침투한다.

도니의 신분을 눈치채지 못한 마피아 조직원 레프티(알 파치노)는 그를 친아들처럼 사랑한다.

문제는 레프티와 의사(擬似) 부자관계를 이룬 도니가 지나치게 그 가르침에 충실했다는 점. “그들이 되어가는게 아니라 내가 곧 그들이다”고 스스로 생각할 만큼 도니는 마피아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면서 레프티를 배반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숙명때문에 괴로워하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빛나게 만드는 것은 대배우 알 파치노의 절제된 연기다. 최근 ‘히트’ ‘데블스 애드버킷’에서 과잉 연기로 팬들을 실망시켰던 그가 특유의 카리스마와 도전적인 이미지를 다 걷어내고 절제된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대부’에서는 마피아 세계를 장악한 우두머리였던 그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별 볼일 없는 조직의 ‘넘버3’다. 촌스러운 차림에 가끔 우쭐대면서도 자신이 출세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알고 있는 우울한 중년, 자신은 폭력세계에 속해 있지만 마약중독에 빠진 아들을 걱정하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을 알 파치노는 실감나게 그려낸다.

감독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에서 영국상류층의 수다와 유머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마이클 뉴웰 감독.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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