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호들갑스런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몇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선생님께서 걸레를 하나씩 준비해 오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수건 하나를 사각으로 접어 듬성듬성 꿰매 주었는데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서 보니 꿰맨 실밥이 뜯겨져서 그대로 걸려 있었다.
어찌된 일인가 하며 집안 청소를 하다가 걸레통을 본 나는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 집에서 쓰던 걸레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딸 아이의 눈에 멀쩡한 의자를 20여개나 태우는 소방 훈련이 못마땅했나 보다.
무엇이든 아끼려는 딸아이가 요즘 들어서는 일주일치 장을 한꺼번에 봐 오는 엄마의 장바구니를 검사하며 ‘합리적인 소비생활’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기도 한다. 외교관 의사 기자 아나운서 국어학자 대학교수가 장래꿈이라는 딸아이에게 아마 경제학자라는 또 하나의 꿈이 보태져야 할것 같다.
조정희(광주 북구 문흥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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