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할 말없는 「북풍」 검찰

  • 입력 1998년 6월 10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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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417호 법정에서 9일 열린 지난해 대선 당시 안기부의 북풍공작사건 첫 공판에서 변호인단 대표 오제도(吳制道)변호사는 검찰의 북풍수사를 맹비난했다.

오변호사는 모두(冒頭)변론에서 “안기부는 국민을 위해 진실을 알렸고 검찰은 뒤늦게 특정인과 특정정당을 위해 정치보복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안기부에 동조하고 협력했던 검찰은 안기부를 단죄할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안기부가 신청한 오익제(吳益濟)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부당한 것이었다면 검찰은 왜 영장을 기각하거나 보류하지 않고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느냐. 검찰은 안기부의 하위기관인가 아니면 특정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를 바랐던 것인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변호사의 변론이 정의와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믿는 방청객도 없어 보였다.

예를 들면 그가 “국가안보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진실을 알린 ‘국가공헌자’들에 대한 정치보복성 단죄를 당장 그만두라”거나, “국가유공자들을 조용조용히 처리하지 않고 이렇게 떠벌리는 식이어선 안된다”고 스스로 ‘알 권리’를 이중적으로 적용하는 발언을 할 때 방청석에선 웃는 사람도 있었다.

북풍사건의 진실은 이제 재판을 통해 가려져 나갈 것이다. 가령 정권을 위해 ‘적과 내통’한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권영해(權寧海)피고인 등 옛안기부의 지휘부는 영원한 죄인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정치공작 혐의를 받는 권피고인측 변호사로부터 시비를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된 자업자득을 검찰 스스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안기부든 검찰이든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더라면…’ 이런 민망스런 재판은 없을테니까.

부형권<사회부>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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