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박영자/고마운 택시운전사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57분


알람시계의 ‘일어나세요’를 눌러 놓은 걸 까맣게 잊어버린 날 아침은 정신이 없고 온 집안이 야단법석이다. 그날도 밤늦게 일을 마치고 자정에 귀가해 그대로 잠이 들었다.

“엄마, 큰 일 났어. 지각이야.” 아들의 울음섞인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어떡하니”하며 대충 도시락을 싸준 뒤 택시를 태워 학교에보냈다. 그래도 아침을 못먹이고 학교에 보내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몹시 언짢았다.

그런데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도시락을 택시에 놓고 내렸어.” “엄마가 다시 싸다 줄께.” “아니예요. 라면 사서 먹을게요.” 그만 울고싶어졌다. 한참뒤 아들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택시운전수 아저씨가 도시락을 갖다 주셨어.” 교복을 어떻게 기억하고 교무실에 갖다 주셨다는 것이다.

한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우리 아들이 하는 말. “엄마, 그 아저씨 참 좋은 분인가 봐….” “세상에는 자기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단다.” 아침의 속상했던 마음은 눈녹듯 사라졌다. 아들아. 세상은 그런 분들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란다. 언제나 잘될 때 겸손하고 어렵고 힘들 때 용기를 잃지 않는 든든한 아들이 되길 바란다.

박영자(전남 목포시 용당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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