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최명옥/결혼예물을 팔며…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57분


결혼한지 만 칠년…. 아이가 생기면서 나쁜 마음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할 줄도 알게 됐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할 줄 아는 여유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훨씬 많은가 보다. 아이가 태어났으나 시집의 오해로 축복보다 먼저 고통을 감내해야 했고 곧이은 남편의 퇴직….

6개월간 이리저리 돈을 빌려다 살림을 꾸려가야 했고 남편과 아이를 금은방 문앞에 세워놓고 혼자 쭈뼛거리며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 돌반지를 하나하나 팔아야 했다.

남편이 다시 회사를 나갔으나 이내 부도를 맞았고 패물이랄 것도 없는 목걸이를 시작으로 마지막 남은 금 세돈짜리 결혼반지와 남편의 세돈반짜리 결혼반지마저 처분해야 했다. “엄마. 우리도 금모으기 캠페인했지.” 의기양양한 아들의 모습. ‘그래 엄마는 이젠 금모으기 캠페인 왕이다. ’

하지만 허탈감은 씻어버리기로 했다. 결국 마음이 중요하지 않은가. 한낱 금붙이에 아이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밥보다 더 큰 의미를 둘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이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남편이랑 가는 실반지 하나씩 사서 허전해진 손가락에 다시 걸자고 남편과 약속했다.

최명옥(강원 강릉시 포남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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