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뉴욕타임스]금권정치 거부한 美예비선거

  • 입력 1998년 6월 7일 20시 14분


중년 이후 정치가로의 변신을 꿈꿔온 미국의 억만장자들 중 상당수가 2일 있었던 캘리포니아주 예비선거를 지켜본 뒤 정계진출의 꿈을 포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그토록 많은 돈을 쓰고 그토록 적은 지지를 얻은 후보는 없었다. 민주당 주지사예비선거에서 낙선한 억만장자 기업가 앨 체치는 4천만달러를 선거 대신 복권을 사는데 썼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체치후보에 이어 3위를 한 제인 하먼 후보도 남편의 돈 1천5백만달러를 허비하는데 그쳤다. 자동차 경보기 회사를 경영해 떼돈을 번 대렐도 선거자금으로 1천만달러나 퍼부었지만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가 되지 못했다.

이처럼 이번 선거에서 주민들은 금권정치와 선거자금의 무제한적 살포에 대해 반대표시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압승한 직업 정치가 그레이 데이비스 부지사는 자신의 승리를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의 승리’로 규정했다. 연방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도 주민들은 불법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창준(金昌準·미국명 제이 킴)후보를 거부했다.

억만장자 정치 신인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은 캘리포니아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네브래스카주 켄터키주 등에서도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뿌린 기업가 출신 정치인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아마도 미국인들의 마음속에는 주정부를 기업처럼 꾸려나가려는 정치후보들에게 주 행정을 맡기려는 생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리〓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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