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21]강릉 옥계中/학생-학교-지역「3위1체」

  • 입력 1998년 6월 7일 20시 14분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기슭에 자리잡은 8학급짜리 작은 중학교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교사 학부모들의 견학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54년 개교한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학교의 모든 시설물을 개방하고 학교운영을 공개하는 열린교육을 실시하면서 학생들의 교육성취도가 현저히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가 특히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학교운영을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사회와 공동으로 해나간다는 점. 교과과정 설정에서부터 학교행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교운영을 지역 주민과 상의해서 결정하고 그 성과에 대해서도 같이 점검하고 있다. 바로 지역사회를 향해 열려있는 학교인 셈이다. 옥계중학교에서 열린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알려면 ‘자주(自主)학습 참고도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보면 된다.

학교 복도 곳곳에는 참고서 소설 수필 등 각종 책들이 꽂혀있는 자주학습참고도서 책장이 있다. 책장문은 열려있고 학생들은 대출대장에 이름만 적으면 보고싶은 책을 마음대로 빌려갈 수 있다.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없어도, 책을 빨리 반환하지 않는다고 독촉하는 사람이 없어도, 분실되는 책은 한 권도 없다. 책에 낙서하는 학생도 없다. 모두가 이용하면서도 내 책처럼 깨끗이 보고 갖다놓는다.

옥계중의 열린교육을 지탱하는 주요 요소중 하나가 스스로 만든‘자경문(自警文)’이라는 것은 흥미롭다.

조선시대 강릉에서 태어난 율곡 이이(栗谷 李珥)선생이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글인 자경문을 써놓고 항상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을 배우기 위해 옥계중이 도입한 것이다.

“부모님께 물질적인 것으로 기쁨을 드리기 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겠다.”

가정의 달인 5월에 2학년 김유미양은 도덕공책 맨 앞쪽에 이처럼 ‘효’를 다짐하는 자경문을 썼다. 1학년 김현지양의 4월 자경문에는 “청소년들이 힙합바지 등을 많이 입고 다니는데 나는 그런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단정하고 편한 옷을 입겠다”고 적혀있다.

김신길(金信吉)교장은 “옥계중 교사와 학부모들이 ‘우리 학교에는 가출이나 무단결석 등으로 속을 썩이는 학생이 전혀 없다’고 자랑하는 밑바탕에는 바로 자경문이 있다”고 말했다. 자경문을 씀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하게 되고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의 고민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

학생들의 성격과 생활태도, 교사와의 상담내용을 적어 입학에서부터 졸업할 때까지 하나의 묶음으로 보관하는 ‘인성누가기록표’ 또한 인성교육에 중요한 자료다.

옥계중에는 2개의 열린교실이 있다. 과목 특성에 따라 기자재가 필요한 수업은 주로 열린교실에서 이루어진다. 이 교실에는 여러대의 컴퓨터와 대형 TV, 토론식 탁자 등이 갖춰져 있다. 2학년 수학과목의 경우 열린교실에서 수준별 수업을 한다. 2개 반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수준별 수학수업은 이 학교 교사들이 보다 나은 교육에 대해 토론하며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학생의 수준과 동떨어진 교육으로 학생을 소외시키는 획일적인 교육보다는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통해 흥미와 이해력을 높이자는 것이 수준별 수업의 목적.

옥계중학교의 열린학교 운영에는 교사들의 노력과 공헌도 빼놓을수 없다. 보다 나은 수업방식과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늘 토론하고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학교와의 교환학습도 교사들의 연구 결과물의 하나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우고 경험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지난 5월 서울 홍은중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올해는 8일부터 일주일간 25명씩의 학생들을 홍은중학교와 서로 교환해 학습을 실시키로 했다.

이 기간동안 강원도 촌아이들은 63빌딩 국회의사당 방송국 서울대공원 등 TV에서나 봤던 곳을 직접 가본다.

반면 서울에서 온 학생들도 이곳 아이들과 함께 먹고자며 오죽헌 경포대 함대사령부 잠수함침투지역 등 강릉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곳, 역사책에서나 읽었던 곳을 경험하게 된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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