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정근옥/『못난 저희탓에…제발 일어나세요』

  • 입력 1998년 6월 3일 19시 34분


▼ 투병중인 선생님께

본인이 가진 능력은 많았지만 맘껏 펼쳐보지도 못하고 그 힘든 삶을 마감하려 하시는 선생님. 저희들을 가르치던 때도 몸이 편찮으시다는 말씀은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저희들 곁을 떠나시려는 줄은 몰랐습니다.

노력이 부족한 학생은 모질게 혼내시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무척 안타까워 했던 선생님…. 그 때는 선생님이 그저 학교 성적을 올리려는 마음에서 그러시나 보다 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게 순전히 못난 저희들 잘되라고 그렇게 엄하게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못난 제자들이 찾아뵈었을 때 저희들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려고 고통을 참으며 눈을 뜨려 애쓰시던 모습이 떠올라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너무 많이 마르셔서 아이처럼 작아지신 선생님. 무엇이 그렇게 힘드셨는지요. 조금만 마음을 편히 갖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씀하시지 왜 혼자서만 모든 어려움을 삭이셨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병이 깊어졌잖아요.선생님. 제발 힘내세요. 이렇게 갑자기 몸이 나빠져 8월30일 명예퇴직도 못하면 저희들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선생님. 제발 기운내시고 일어나셔서 저희에게 살아가는데 좋은 얘기 많이 들려주세요.

정근옥(대전 서구 탄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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