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조기창/동서양문화 어우러진 터키

  • 입력 1998년 5월 25일 19시 28분


터키는 국토의 5%가 유럽 대륙에, 95%가 아시아에 걸쳐 있어서 그런지 유럽과 아시아적 요소가 혼재해 있다. 터키에 처음 온 외국인들은 터키인의 외모, 문화 및 종교 등에 대해 상당히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어떤 터키인은 유럽인에 가깝고 또 어떤 사람은 아시아 특히 중동 사람과 비슷하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사고방식과 생활습관도 어중간하다.

매우 개인주의적인 듯하면서도 동양 특유의 인정이 있다. 사용하는 문자는 알파벳이지만 민속 음악은 중동풍이다.

터키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이스탄불의 경우 1453년 오스만제국에 함락되기 전만 해도 동로마제국의 수도로서 로마와 함께 세계 2대 기독교 본산(本山)이었다. 따라서 현재 터키인의 99% 이상이 이슬람교도이지만 아직까지 기독교의 흔적이 도처에 남아 있다.

중세 이전에 세워진 교회도 있으며 지금은 이슬람교 사원으로 쓰이는 교회 벽면에 기독교 성화가 남아 있는 곳도 많다. 그 가운데 현대 유럽식 건물과 중동 특유의 이슬람교 사원이 산재해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는 서유럽의 도시들 못지 않게 최신 유행 패션으로 치장한 젊은 남녀들이 대담하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가 하면 그 바로 옆에는 스카프를 두르거나 한여름인데도 민속의상인 검정 차도르를 뒤집어쓴 젊은 여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더구나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이슬람교도 특유의 발끝까지 덮는 긴 코트를 입은 젊은 여자가 남자친구와 손잡고 담배를 피우며 대로를 거니는 것을 보면 외국인으로서는 정말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터키인의 진정한 정체성(Identity)은 무엇일까.

유럽과 아시아 문화의 혼재, 이슬람교 국가이면서도 기독교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나라,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있는 터키는 결코 한개의 잣대로만 잴 수 없는 나라다. 그러기에 아직도 외국인의 눈에는 경이로운 세계로 남아있는 듯하다.

조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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