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비아그라」신드롬

  • 입력 1998년 5월 2일 19시 43분


고대 연금술사들은 돌이나 흙을 황금으로 바꿀 수 있는 신비의 액체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뿐만 아니라 이 액체를 인간이 마시게 되면 삶을 무한정 연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금술사들은 수없이 실험을 거듭했으나 누구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차츰 그 허구가 드러나고 연금술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젊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망한 후 미국에서는 그가 살아 있다는 허황된 소문이 나돌았다. 연금술사의 ‘묘약’을 마시고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할리우드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는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영원한 삶’이 지닌 허와 실을 풍자한다. 신비의 액체를 마신 주인공은 끝없이 계속되는 삶에 지친 나머지 죽기를 결심한다. 자살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신비의 액체 탓에 영원히 죽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현대에도 불로장생의 명약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대신에 ‘고개숙인 남성’에게 성능력을 부활시켜 주는 연구는 놀라운 진전을 보이고 있다. 미국 파이저사가 개발해 시판에 들어간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남모르는 고통에 시달려온 남성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성들이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하고 생활에 자신감을 갖는 등 이 약의 사회심리적 효과도 적지 않을 듯하다.

▼획기적 성기능 치료제가 개발됐다는 얘기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으나 이내 시들해진 경우가 많았다. ‘비아그라’도 벌써부터 부작용에 따른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자칫 ‘환자’들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겨줄 우려도 있다. 성문제는 물리적 힘이외에 정서적 차원을 무시할 수 없다. 인체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에 성급하게 달려드는 것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홍찬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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