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대의원들의 반란

동아일보 입력 1998-05-01 21:00수정 2009-09-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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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지방자치단체장후보 경선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중앙당이 사실상 내정한 사람이나 현직 단체장이 낙선하고 의외의 인물이 후보로 선출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중앙당이 내정하면 거의 그대로 후보로 결정된다거나 선거에서는 현직이 유리하다는 우리 정치의 오랜 통념이 지방당 대의원들의 ‘반란’에 의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정치파괴’라고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에는 여러 가지 원인과 배경이 있을 것이다. 중앙당의 낙하산식 공천관행에 대한 지방당원들의 누적된 반발심리나 단체장을 한번 바꿔보자는 교체욕구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현직 단체장의 실정(失政)이나 비리에 대한 대의원들의 심판이 그런 결과를 낳은 지역도 있는 것으로 들린다. 반대로 현직 단체장이 업무에 쫓기고 있는 사이에 대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후보로 선출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단체장이 평소에 현지 지구당위원장들과 갈등관계에 있어서 손해를 본 곳도 있을지 모른다.

배경과 원인이 어떻든 일단 신선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당내 민주화는 우리 정당들의 시급한 과제로 지적돼 온 지 오래다. 각종 선거 후보자의 민주적 결정은 정당 민주화를 위한 핵심적 사항의 하나다. 그리고 가장 민주적인 후보결정절차는 바로 경선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지방대의원들의 ‘반란’은 정당 민주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를 현지 당원들이 뽑는 것은 ‘지방자치의 지방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3년 전부터 본격실시된 지금의 지방자치는 단체장 후보를 거의 중앙당이 결정했고 인사와 재정에 관한 권한도 중앙정부에 크게 예속된 반쪽 지방자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 경선이 낳고 있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당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평균적 시민이라기보다는 지구당위원장과 특별한 관계에 있거나 남다른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것이 지방당이다. 그런 지방당의 대의원들이 폐쇄적으로 후보를 선출하기 때문에 민의와 괴리가 생기고 유권자의 선택을 제약할 소지가 있다. 능력이나 전문성을 가진 인물보다 대의원들에게 로비를 잘한 사람과 토호세력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중앙당에서는 후보자 일부의 교체도 검토하는 모양이다. 경선과정에 중대하고 명백한 잘못이 있었다면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당은 지방대의원들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옳다. 모처럼 틔우고 있는 정당 민주화의 싹을 짓밟아서는 안된다. 아울러 경선의 폐쇄성을 포함한 여러 부작용을 최소화할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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