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철/증권전산망 고장 속수무책

  • 입력 1998년 4월 30일 20시 08분


4월28일 주식시장은 평소보다 30분 늦은 오전 10시에 개장됐다. 전산망 장애 때문이다. 전산망을 운영하는 증권전산측은 “야간 거래처리 중 중앙처리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짜증섞인 대답뿐이었다.

증권 전산망 장애는 올들어 두번째다. 한 외국인은 전산망 장애 때문에 손해를 보았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미국인 윌리엄 원리는 3월 전산망 장애로 주문했던 주가지수선물 계약이 즉시 체결되지 않아 3억여원의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며 모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대통령후보 시절 김영삼(金泳三)씨가 증권거래소를 방문했다가 전산망 장애 때문에 거래상황을 보지 못하고 돌아간 일도 있다.

지금 모든 금융거래는 전산망을 통해 이루어진다. 주식시장에서 움직이는 돈은 하루 1조원을 넘기도 한다. 주식시장이 멈추면 경제도 멈추는 셈.

문제의 심각성은 사고 재발 가능성이다. 전산망 운영자가 장애 원인을 모르고 해결 능력마저 없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다른 시스템이 작동해 이를 보완하는 백업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증권전산과 증권전산 대주주인 증권거래소측은 “증권사들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고는 완전한 백업체계를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중앙처리장치 24개 중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겠고 미국 제조자를 불러 공동작업을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증권전산 관계자의 말이다. 또 그 작업엔 몇달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증권전산측은 전산망 장애로 피해를 본 투자자가 집단적으로 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대처 방법이 없다고까지 했다.

문제점을 알고도 고치지 않은채 어떻게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아연케 한다.

김상철<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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