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합불황만은 막아야

  • 입력 1998년 4월 30일 20시 08분


올들어 내리막길을 치달아온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의 주요지표가 계속해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복합불황에 빠져들지 않나 하는 우려가 크다. 만약 그렇게 되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극복은 요원해진다. 기업과 국민의 고통도 그만큼 커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중 산업활동 동향은 우리 경제가 대량실업 소비급감 산업생산감소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내수부진으로 제조업 가동률이 85년 이후 최저수준인 65%로 떨어지고 생산도 작년 3월 대비 10%가 줄었다. 소비도 21%나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작년 3월에 비해 36%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6개월 후의 설비투자를 예고하는 국내 기계수주는 무려 50%나 줄었다. 이같은 설비투자의 격감은 우리 경제가 회복기를 맞는다 해도 재기의 힘을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 실업자수가 4백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불황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은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장기 복합불황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어 더욱 곤혹스럽다. 긴축기조하의 구조조정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진작책은 쓸 수가 없다. 구조조정없이 경기부양책을 동원하면 일시적인 경기회복은 기대할 수 있으나 다시 장기불황에 빠져들고 그 고통은 더욱 커질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회복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예방책은 두 갈래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장기불황이 더욱 깊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금융구조조정을 앞당겨 금융시스템을 빠른 시일안에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개혁조치만으로는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기업의 대량도산을 부를 위험이 크다. 부실기업 퇴출을 원활히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의 신규투자 창업촉진 외자유치 등의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서로 모순인 것 같은 이 두가지 대책을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정책이 확실한 중심을 잡고 고통의 적절한 배분을 요구할 수 있어야만 장기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 구조조정과 실업대책의 원칙과 우선순위를 확립하여 고통을 적절하게 분담시켜야 구조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이것이 금융과 실물을 정상화할 수 있는 관건이다. 단기적인 내수침체 돌파구로는 수출확대밖에 다른 길이 없다. 무역금융 확대와 각종 지원책을 총동원해 어떻게든 수출을 늘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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