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과기원 「박사아버지」 육아동아리 결성

  • 입력 1998년 4월 30일 0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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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대전 대덕연구단지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학생회관 2층에서는요즘 매일 오전 11시가 되면 동요소리가 요란하다.

17일 이곳에 ‘우리 두리(회장 김영석·金永錫·28·물리학박사과정)’란 육아 동아리가 문을 열면서부터다.

동아리를 결성한 것은 결혼한 과기원생 13명이지만 사실상의 회원은 이들의 자녀(18명)와 부인들이다.

그동안 밤낮을 강의실과 실험실로 전전해야 하는 ‘아빠’가 어쩌다 한번 모습을 드러내고 어떤 날은 아예 전화목소리조차 들려주지 않아 불만이 쌓였던 아이들과 엄마들은 공동의 육아공간이 마련되자 신이 났다.

특히 엄마들은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월 20만원 안팎의 사설 놀이방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박사과정 남편을 둔 윤미선(尹美善·30)씨는 “모두 남편이 사회로 진출하는 날만을 기다리는 처지라 우정이 더욱 돈독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요즘 몇 명되지 않지만 연령별로 반을 나누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김회장은 “육아교실 성격의 전례 없는 동아리를 학교측이 허락한데 감사한다”며 “앞으로 동아리를 기혼 학생들의 복지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지명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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