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성공담]족발집 2년, 한양왕족발 최창환씨

  • 입력 1998년 4월 27일 19시 39분


96년 1월 10일 서울 영등포 한양왕족발집. 서툰 솜씨로 족발을 썰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던 최창환씨(36)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친구와 함께 무역 유학 등을 알선하는 컨설팅 사업을 하던 최씨가 운영난에 빠져 회사문을 닫은 것은 95년 9월의 일이었다.

사업을 시작한지 3년, 남은 것은 온통 빚 뿐이었다. 실의에 빠져 4개월을 허송세월하던 끝에 마음을 다잡았다. 이날은 족발집을 시작한 첫날이었다.

컨설팅 사업을 하기전 5년동안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했던 최씨. 물건을 팔고 몸으로 뛰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5평 남짓한 좁은 가게에 직원이라고는 오직 두 내외뿐. 개업 첫날 팔린 족발은 겨우 두 접시. 최씨는 그러나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좌절할 자격조차 없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우선 족발집을 알리는 게 급선무. 다음날부터 최씨는 배달과 함께 광고지 돌리는 일에 전념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광고지를 돌리러 왔다고 하면 관리소에서 못들어가게 막게 마련이죠. 배달 나온 것처럼 족발 접시를 옆에 끼고 들어가서 몰래 스티커를 돌렸습니다.”

병원처럼 벽에 스티커를 붙일 수 없는 곳에는 병실안의 달력에 붙였다. 소방서 당구장처럼 밤늦도록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은 주요 공략 대상. 처음엔 사람을 따로 쓸 형편이 못됐다. 모든 일은 부부 두 사람의 몫이었다.

열심히 일한 탓에 조금씩 형편이 풀리기 시작했다. 요즘은 하루 40접시의 족발이 팔린다. 매상은 월평균 1천8백만∼2천만원. 순수익은 7백∼1천만원 정도. 가장 어려워던 일은 무얼까. 최씨는 “‘화이트 칼라’라는 생각을 버리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는다.

족발집을 시작한지 14개월만인 97년 3월 ‘한양왕족발’이라는 이름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한양왕족발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가게는 전국에 모두 15개. 실직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던 최씨는 “기나긴 터널 끝에 보이는 빛이 더욱 눈부신 것처럼 지금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02―675―1115

〈홍석민기자〉

▼ 화이트 칼라 의식벗기 7계명 ▼

많은 사무직 실업자들이 창업에 실패하는 것은 바로 ‘화이트 칼라’ 의식을 못버리기 때문. 최씨가 권유하는 화이트칼라의 극복법 몇 가지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소득을 기대하지 말 것

▲‘왕년에 내가 누구였는데’하는 자존심을 버릴 것

▲편하게 장사하려 하지 말 것(몸으로 열심히 뛰어야 함에도)

▲처음부터 많은 돈을 투자하지 말 것(크게 호화롭게 화려하게 시작하면 실패하기 쉽다)

▲자신이 몸담았던 직장이나 지인들이 자신을 도와줄 거라는 생각은 착각

▲불필요하게 남을 의식하지 말 것

▲실업 상태를 벗어나려는 조급함은 금물(철저한 정보 수집과 사전 준비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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